20세기 초 파리와 뉴욕의 거리는 말과 마차로 가득했다. 뉴욕에만 10만 마리가 넘는 말이 있었고, 1894년 런던 타임스는 "50년 뒤 런던의 모든 거리가 3미터 높이의 말똥에 파묻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예언은 빗나갔다. 자동차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마차가 도태될 때, 마부에서 운전수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사람은 소수였다는 점이다. 기술은 순식간에 바뀌었지만, 전환 비용과 재교육, 면허와 제도 정비, 초기 자본이라는 병목은 인간의 속도로만 풀렸다. 기술의 수익은 기술을 가진 자가 아니라, 병목을 푼 자에게 돌아갔다.
2026년 5월 NBER에 공개된 워킹페이퍼 "Writing Code vs. Shipping Code"(Demirer, Musolff & Yang, NBER w35275)는 이 오래된 교훈이 AI 시대에 그대로 반복되고 있음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커밋은 180% 늘었는데, 릴리스는 30%만 늘었다
연구진은 10만 명 이상의 GitHub 개발자 데이터와 AI 사용 텔레메트리를 결합해, AI 코딩 도구를 세 세대로 나눠 분석했다. 자동완성(autocomplete), 대화형 코딩 에이전트(interactive agent),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agent)다. 결과는 명료하다. 코딩 활동, 즉 커밋 수는 세대별로 누적 40%, 140%, 180% 증가했다. 최신 자율 에이전트를 쓰는 개발자는 코드를 거의 세 배 가까이 쏟아낸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생산 위계를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효과가 급격히 감쇠한다. 커밋 기준 180%였던 증가율이 프로젝트 수에서는 50%로, 실제 출시(release)에서는 30%로 줄어든다. 코드 작성량 대비 최종 산출물의 전환율이 6분의 1로 무너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를 약한 고리 가설(weak-link hypothesis)로 설명한다. 소프트웨어 생산은 코딩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리뷰, 테스트, 배포, 기획, 협업, 사용자 획득이라는 사슬이 이어지고, 이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 AI가 코딩이라는 고리 하나를 아무리 강화해도, 나머지 인간 의존적 고리가 그대로면 전체 산출은 그 약한 고리에 수렴한다. 연구진이 추정한 AI와 인간 노력 간 대체탄력성(elasticity of substitution)은 0.25다. 1보다 한참 낮은 이 수치는 AI와 인간이 대체재가 아니라 강한 보완재(complements)라는 뜻이다. AI는 인간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병목 뒤에 줄을 서 있다.
더 많이 쓰여졌지만, 더 많이 쓰이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4대 앱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로 교차 검증했다. 새로 출시되는 앱의 수는 완만하게 늘었다. 그러나 전체 사용량은 늘지 않았다. 공급은 증가했는데 수요는 그대로다. 이 한 문장이 지금 소프트웨어 산업이 마주한 딜레마의 전부다.
행동경제학은 그 이유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사용자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과 기본값 효과(default effect)에 지배된다. 새 앱이 기존 앱보다 기능적으로 동등하거나 조금 낫다는 사실은 전환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손실회피(loss aversion) 프레임으로 보면, 사용자에게 앱 전환은 "새 것의 이득"이 아니라 "익숙한 것의 상실"로 계산되며, 상실은 이득보다 두 배 무겁게 지각된다. 여기에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락인(lock-in)까지 얹히면, 기능 카피는 시장점유율 카피로 이어지지 않는다. AI 덕분에 경쟁 앱을 복제하는 비용은 극적으로 떨어졌지만, 사용자의 습관을 복제하는 비용은 단 한 푼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급 폭증으로 주목(attention)이라는 희소자원의 가격, 즉 마케팅 비용은 올라가고 있다.
중국산 와인잔과 아크테릭스
제조업은 이 문제를 먼저 겪었다. 중국산 와인잔의 품질은 이제 하이엔드 브랜드와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전히 리델과 잘토를 산다. 부족한 것은 유리 세공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가 축적한 신뢰, 유통망, AS, 그리고 그 잔을 식탁에 올렸을 때의 사회적 신호다. 그래서 중국 기업들이 선택한 경로는 품질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사는 것이었다. 안타 스포츠(Anta Sports)가 2019년 아크테릭스의 모회사 아머 스포츠(Amer Sports)를 컨소시엄으로 인수해 글로벌 시장에 침투한 것이 대표적이다. 만드는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자, 희소해진 것은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팔리는 이유가 됐다.
앱과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지금 정확히 같은 지점에 서 있다. AI로 개발 능력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코드는 와인잔의 유리가 되고 브랜드, 유통, 신뢰, 커뮤니티가 병의 라벨이 된다. 킬러앱의 난이도는 낮아진 것이 아니라, 경쟁의 축이 개발에서 획득으로 이동하면서 오히려 높아졌다.
병목은 인간이다, 그래서 수익과 기회도 인간에게 있다
이 논문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AI는 코드를 쓰게 하지만, 코드를 배송(shipping)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배송되지 않은 코드는 돈을 벌지 못한다.
나는 이것을 비관이 아니라 지도라고 읽는다. 대체탄력성 0.25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향후 수년간 AI 도입의 실질 수익률은 코딩 속도가 아니라 인간 병목의 해소 속도가 결정한다. 코드 리뷰와 QA의 자동화 수준, 배포 파이프라인의 성숙도,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기획의 질, 그리고 만든 것을 사용자의 습관 속에 밀어 넣는 획득 역량. 투자자라면 "AI로 개발했다"는 회사가 아니라 이 병목을 구조적으로 푼 회사를 찾아야 하고, 창업자라면 개발 인력 절감분을 곧바로 마케팅과 유통, 신뢰 자산에 재배치해야 한다.
마부에서 운전수로의 전환에서 돈을 번 것은 말도, 자동차도 아니었다. 도로를 깔고, 주유소를 세우고, 면허 제도를 만든 쪽이었다. LLM은 엑셀이지 오라클이 아니다. 엑셀이 회계사를 없애지 않고 회계사의 질문을 바꿨듯, AI는 개발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바꾸고 있다.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는가"에서 "만든 것을 누가 쓰게 할 것인가"로.
참고문헌: Mert Demirer, Leon Musolff, and Liyuan Yang, "Writing Code vs. Shipping Code: Productivity Effects Across Generations of AI Coding Tools," NBER Working Paper 35275 (2026).